[스크랩] <중경삼림>에서 <마이블루베리나이츠>까지...왕가위 영화의 명대사 명OST

2008. 6. 28. 12:59사소한 이야기들/영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영화감독 중 한 사람인 왕가위. 그는 딱 보면 그의 영화임을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로 강한 개성과 그만의 스타일을 가지고 있다.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핸드핼드와 스탭 프린팅로 촬영된 영상은 대상에게 고독과 특별함을 부여해 준다. 영화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어쩌면 저렇게 스타일이 확실할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왕가위가 하는 이야기도 항상 일관된 주제가 있다. 바로 아픈 상처를 가진 사람들과 엇갈림과 사랑이다. 그리고 나레이션이 항상 등장한다. 주인공의 독백을 통해 멋진 명대사들도 많이 만들어냈다. 중경삼림의 "사랑에도 유통기한이 있다면, 내 사랑은 만년으로 하고 싶다"은 너무다 유명한 명대사이다.

그의 화려한 영상을 돋보이게 하는 건 바로 화면과 기막히게 어울리는 음악들이다. 왕가위 영화의 주제와 어울리는 음악들이어서 그런지 듣고 있으면 아련함이 느껴진다.

그의 1990년 '아비정전'에서 2008년 '마이블루베리 나이츠'에 이르기까지 20여 년에 걸쳐 우리의 감성을 지배하는 왕가위 감독 영화의 명대사와 명OST를 살펴보자.

1. 동사서독 (1994)

인간이 번뇌가 많은 까닭은 기억력 때문이라 한다. 그 해부터 난 많은 일을 잊고 복사꽃을 좋아한 것만 기억했다. -황약사(양가휘)-

8명의 8개의 이야기가 얽히고 섥혀 있다. 명대사를 보면 알다시피 이 영화는 '기억'에 대한 이야기이다. 기억은 상처의 현재에 대한 대답이기도 하다. 사막을 배회하는 동사, 서독, 맹무살수, 도화삼랑, 자애인, 모용언의 어긋났던 과거에 대한 현재의 상처에 대한 8명의 8개의 이야기이다. 왕가위 감독과 많은 작품을 함께한 진훈기가 영화음악을 맡았다. 사실, 이 영화의 OST는 딱 기억에 남지 않는다. 영화의 대사들은 좋았지만 8명의 얽힌 이야기가 너무 복잡해서 음악이 귀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이 영화의 OST는 주성치의 <서유기> 에서 그대로 모두 쓰였다고 한다.



▼favorite love

http://www.youtube.com/watch?v=dDOY13IHgPQ

2. 중경삼림(1994)

사랑에도 유통기한이 있다면, 내 사랑은 만년으로 하고 싶다. -경찰223(금성무)-

"90년대 왕가위식 사랑."을 보여주는 영화다. 왕가위 감독은 <동사서독>을 2년 동안 공 들여 찍고 있던 중, 중간에 남는 2달을 이용해 <중경삼림>을 찍었다. 아이러니하게도 2년 들인 '동사서독'은 관객들에게 외면 받고, 2달 들인 <중경삼림>은 대박을 치며 왕가위를 90년대 최고의 영화감독으로 만들어줬다. 위의 유통기한 대사는 연인들의 단골 멘트가 되어버렸다. 그리고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왕가위식 영상 스타일이 유행했다. 각종 CF와 뮤직비디오는 물론이고 방송 코미디 프로에서도 <중경삼림>을 패러디했던 걸로 기억한다. 영화음악은 <동사서독>을 맡았던 진훈기가 역시 맡았다. 그는 창작 사운드 트랙도 많이 제작하기도 하지만, 화면과 어울리기만 한다면 다른 영화나 대중 가요 등에서 선곡하기도 한다.  <중경삼림>으로 유명한 곡은 바로 60년대 올드팝 'The Mamas and the Papas'의 'California Dreamin'이다. 극 중 패스트푸드점 점원 아미(왕정문)는 항상  'California Dreamin'노래를 크게 틀어놓는다. 이 노래를 들으면 나도 아미처럼 어깨를 흔들며 신나게 청소를 해야 할 것 같다. 그는 캐릭터를 특별하게 만드는 방법을 안다. 가장 애착 가는 캐릭터가 바로 아미(왕정문). 아미의 테마로  'California Dreamin'와 크랜베리스의 'dreams'를 번안한 '몽중인'이 가슴에 남는다.

▼ California Dreamin

http://www.youtube.com/watch?v=vqSpDmMWSUs

▼몽중인

http://www.youtube.com/watch?v=HQ81f-EJdUU

3. 타락천사 (1995)

사랑이란 감정이 두려워 우린 늘 떨어져 있었다.

원래 중경삼림에 4가지 이야기를 넣으려고 했는데 분량상의 문제로 2개밖에 하지 못했다. 그래서 나머지 2가지 이야기를 영화로 만든 것이 바로 <타락천사>. <중경삼림>에서 유통기한 지난 통조림을 먹던 금성무는 <타락천사>에서 유통기한 지난 통조림을 먹은 것 때문에 실어증을 앓는 역할로 연결된다. 스탭프린팅 기법으로 찍은 유명한 장면은 역시 각종 CF에서 많이 차용되었다. 이별통보를 대신 해 주던 주크박스의 1818번 忘記他(망기타)라는 곡이 유명하다. 영화음악은 역시 진훈기. 그는 이 영화로 제15회 홍콩금상장영화제 (1996) 음악상을 수상한다.

▼忘記他(망기타)
[음악듣기] http://blog.naver.com/rushcrow?Redirect=Log&logNo=40026690199

▼ 타락천사를 패러디한 안재욱의 CF
[CF 보기] http://blog.naver.com/assari2000/120021294619

4. 해피투게더(1997)

우리 다시 시작하자. -보영(장국영)-

왕가위 영화 중 OST가 가장 유명한 영화가 바로 <해피투게더>다. 영화의 엔딩에 사용된 danny chung의 는 한국인이 사랑하는 영화음악에 항상 선정되는 음악이기도 하다.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돌아온 아휘(양조위)는 홍콩으로 돌아와 장첸의 집을 찾은 뒤 "언제 다시 만날진 모르지만 한가지 확실한 건 그가 보고 싶으면 어디서 찾을지는 안다는 것이다."라고 생각한다. 부에노스아이레스가 배경인 만큼 Astor piazzolla - Finale와 같은 탱고 음악들도 있다. danny chung이 영화음악을 맡았다.

▼Happy Together

http://www.youtube.com/watch?v=TeC_2yfdmx0

▼Astor piazzolla - Finale

http://www.youtube.com/watch?v=2L8KHtUK3xY

5. 화양연화(2000)

미리 이별 연습을 해 봅시다. - 주모운(양조위)-

박시연과 조인성이 출연한 흑백의 미쟝센 샴푸 CF를 기억하는가? CF 배경으로 깔리던 음악 'Quizas, Quizas, Quizas'까지 전부 화양연화를 패러디한 장면이다. 자칫 단순한 불륜 이야기가 될 수도 있었지만 왕가위 특유의 감성으로 그마저 아름답고 절절하게 그려냈다.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때라는 뜻의 '화양연화'는 장만옥과 양조위가 머뭇거리다 보낸 사랑을 한 그 짧은 순간이 바로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때라고 말 한다. 영화음악은 시게루 우메바야시라는 일본의 영화음악 감독이 맡았다. 그는 헐리우드의 <한니발 라이징>, 한국영화 <데이지>의 음악을 담당한 경험이 있다. 이 영화에서 가장 돋보이는 두 곡이 있다. 바로 Nat King Cole 의 'Quizas, Quizas, Quizas'와 'Yumeji's Theme'이다. 라틴필이 느껴지는 'Quizas, Quizas, Quizas'는 60년대를 더 올드하게 표현하면서 고풍스럽고 고독한 느낌이 든다. 'Yumeji's Theme'는 안타까운 둘의 사랑을 절절하게 표현하는 곡이다. 캐릭터 이름이 유메지가 아닌데 '유메지의 테마'인 이유는, 원래 스즈키 세이준(鈴木淸順) 감독의 '91년 작품 <유메지(夢二)>에 나왔던 곡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곡은 2008년 개봉한 <마이 블루베리나이츠>에서도 한 번 더 사용된다.

▼'Yumeji's Theme'

http://www.youtube.com/watch?v=Pa0JAvjx05c

▼Quizas quizas quizas

http://www.youtube.com/watch?v=uULb6Sv22Tk

6. 2046(2004)

사랑은 타이밍이다. 아무리 사랑해도 인연은 엇갈릴수 있다.  다른시간과 장소에서 스쳤다면 우리의 인연도 달라졌을까.. -주모운(양조위)-

미래 세계가 배경인 이 영화는 60년대 화양연화와 이어진다. "말 못할 비밀이 있다면 나무에 구멍을 파고 그 구멍에 속삭인 뒤 흙으로 구멍을 막아버리면 된다. 그럼 비밀은 영원히 묻혀진다." 화양연화의 엔딩 나레이션은 2046에서 반복된다. 이 영화의 메인 테마곡은 영화를 휘어잡는다. '두둥' 2박자 소리에 이어지는 애절한 현악기. 미래적이면서도 고풍스러움을 잃지 않는 느낌이다. 화양연화 OST를 담당했던 시게루 우메바야시은 이 영화의 OST로 제24회(2005) 홍콩금상장영화제 음악상을 받게 된다.

▼2046 Main Theme (01:02부터 나오는 음악)

http://www.youtube.com/watch?v=8-RbpQUqosI

7. 마이 블루베리 나이츠(2008)

여기로 돌아오는 데 1년 가까이 걸렸다. 길을 건너는 건 그리 어려울 게 없었다. 건너편에서 누가 기다려 주느냐에 달렸을 뿐. -엘리자베스(노라존스)-

왕가위 영화의 할리우드 버전인 <마이 블루베리 나이츠>. 할리우드 버전인 만큼 왕가위의 다른 영화보다 훨씬 친절하고 대중적인 느낌이다. 왕가위의 지난 영화들이 다소 퇴폐적이고 에로틱했다면 이 영화는 좀 더 순수하고 로맨틱하다. 째즈의 고향 '멤피스'가 등장 하는 만큼 음악도 째즈스럽다. 원래는 왕가위가 노라존스에게 영화음악을 부탁하러 갔다가 그녀의 캐릭터에 반해 출연제의를 했다고 한다.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으로 유명한 라이쿠더가 영화음악을 맡았다. 'don't know why'로 유명한 노라존스가 이 영화의 오프닝과 엔딩을 장식하는 'the story'를 작사작곡 노래했다. '둥둥'의 굵은 베이스 소리가 무척 매력적인 'the story'만 들어도 이 영화가 어떤 분위기인지 알 수 있다. 엘리자베스가 처음으로 블루베리파이를 맛보았을 때, 제레미의 옛날 애인이 찾아왔을 때 흐르던 Cat Power의 'The greatest'는 예고편에서도 쓰였다. 음악들이 모두 감미롭고 분위기 있다.

▼ the story

http://www.youtube.com/watch?v=NU2wn9L0DXc

▼ Cat Power의 'The greatest' 실제 공연

http://www.youtube.com/watch?v=MJfQXS1hKDo

그의 90년대 영화는 영국 반환 시기의 홍콩인의 혼란스러움을 잘 표현한다는 평을 듣고 있다. 왕가위는 도시적이고 현대적인 감수성을 가지고 있다. 하나의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는데 있어서 도시를 잘 표현하는 디테일을 영상, 음악을 통해 사용한다. 그의 영화는 명대사와 함께 명음악도 많이 남겼다. OST 곡들을 살펴보면 그가 창작 음악만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선곡 및 편곡을 꽤 시도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당시 유행하는 음악을 영화에 잘 반영시키는 트랜디함을 가지고 있으며 기존 곡을 영화에 맞게 재해석 하는 능력도 갖고 있다. 그래서인지 왕가위 영화의 OST는 그냥 들어도 좋다.

출처 : 한국영상문학의이해
글쓴이 : 이나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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