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동스캔들

2010. 7. 15. 18:53사소한 이야기들/영화

컴으로 보았던 영화

영화관에서 보았으면 훨씬 더 재미낫을텐데

영화는...범죄의 재구성도 생각나게 하고..타짜도 생각나고

 

하재봉의 영화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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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소더비나 홍콩 크리스티 경매에서 이조백자같은 한국 전통 도자기나 회화 혹은 현대 화가들의 작품이 고가로 낙찰되었다는 소식이 해외토픽을 통해서 들어와도,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는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실감을 못했다. 왜냐하면 값비싼 미술품들은 박물관이나 갤러리에 걸려있는 것이지 개인이 소장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2천년대 이후 미술품에 대한 개인 투자가 활발하게 이루어지면서 인식이 바뀌고 있다. 좋은 미술품을 소장하고 싶은 개인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 뿐만이 아니라, 투자의 대상으로서도 가치가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영화는 현실의 연장선상에서 만들어지는 또 하나의 현실이어서 미술품 투자에 대한 관심은 [인사동 스캔들] 같은 영화가 나올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었다. 지금 인사동은 옛 모습을 찾아볼 수 없도록 변화하고 있고 일본인 관광객으로 뒤덮여 있지만, 그래도 수많은 고미술품 가게가 운집해 있는 인사동이라는 단어는, 우리에게 전통미와 한국적 아름다움에 대한 동의어로 들린다.


그러나 인사동 주변에서는 위작과 관련된 출처불명의 비화들이 끊임없이 떠돌고 있다. 고미술품 값이 올라가면 갈수록 위작들은 많아진다. 미술품 경매사상 최고가를 기록하며 45억원이 넘는 값에 판매된 박수근의 [빨래터]는 위작 시비로 아직까지 진위 여부가 분명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이를 증명하듯이 인사동에는 고미술상 뿐만 아니라 미술품 복제기술자들, 화랑과 연결된 전문 도굴꾼들도 은밀히 드나들고 있다.


조선시대 최고의 화가 중 한 사람인 안견의 [벽안도]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인사동 스캔들]의 내러티브는 대중적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요소를 갖고 있다. 고미술 작품이 영화의 핵심 소재가 되어 이야기를 끌고 가는 것은 한국 영화에서는 거의 최초의 일이다. 화가 안견이 그렸다는 것으로 알려진 [벽안도]가 발견되고 이것을 복원하는 과정에서 서로를 속고 속이는 음모가 난무한다.


안견은 안평대군의 꿈을 그림으로 그린 [몽유도원도]로 조선시대 최고 화가 중 한 사람으로 손꼽히고 있다. [몽유도원도]는 아쉽게도 일본으로 반출되어 현재 천리대에 소장되어 있고, 그 모사품만 한국 국립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 안견이 그린 진짜 [벽안도]라면 부르는 게 값이다. 약 400억원으로 호가되는 이 그림을 발견한 사람은 미술품 시장의 큰 손인 갤러리 비문의 배태진 회장(엄정화)이다.


상태가 안좋은 [벽안도]를 복원시키기 위해서는 미술품 전문 복원사가 필요한데, 배태진 회장은 이강준(김래원)에게 작업을 맡긴다. [인사동 스캔들]의 극적 구조는 이강문의 개인적인 히스토리를 중심으로 짜여져 있지는 않지만, 내적으로는 이강문의 파란만장한 삶 자체가 영화를 장악하고 있다. 이야기가 현재형으로 전개되면서 이강문의 생애가 드러나기 시작하는데, 그는 고미술품 전문가인 아버지의 죽음 이후 고아원에서 자랐다. 그의 주변에는 형제 같은 고아원 식구들이 있다.


국내 최고의 복원과 복제 전문가인 때쟁이 박가(손병호)에게 기술을 배운 이강준은 파리 유학후 국내 최고의 복원전문가로 인정받다가 [강화병풍] 복원을 맡은 후 그 작품이 사라져버리자 문화재 반출 혐의로 수사를 받은 후 나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인사동 스캔들]은 온갖 개인적 역경을 이겨낸 이강준의 영웅적 스토리, 특히 한국의 고미술품을 둘러싸고 일본과 벌이는 신경전까지 내러티브에 첨가되면서 다층적으로 전개되는 것 같지만, 이것은 허구다. 이야기 자체가 허구가 아니라 내러티브에 진정성이 없다는 것이다.


현실성과 사실 관계에서 많은 의문점을 자아내는 [인사동 스캔들]의 내러티브에 리얼리티는 없다. 과장되고 허구화 된 극적 구조는 배우들의 과장된 연기를 불러온다. 배태진 회장역의 엄정화는 예전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성형화 된 얼굴로 연기를 한다. 그 모습에서 자연스러움은 찾아볼 수 없다. 과장되고 인위적인 연기에서 관객들이 공감대를 얻을 수 있을까? 천만에다.

원본보기 : http://cafe.daum.net/moviehun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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