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는 국가 약장의 열쇠를 쥔 인물이다"

2011. 1. 24. 15:07pharm/데일리팜

[2] 약물오남용 방지와 약사의 법적 책임

 

미국에서 가장 흔히 처방되는약물 중 하나는 마약성 진통제인 바이코딘(Vicodin)이다. 바이코딘은 하이드로코돈 (hydrocodone) 5mg과 아세트아미노펜 (acetaminophen) 500mg을 함유한 복합제로 치과 처방의 90%, 응급실 처방의 약 절반 정도를 차지한다.

아는 사람은 다 알다시피 치통은 정말 견디기 힘들 통증 중 하나이고 야밤에 응급실을 찾는 환자들은 대개 급성 감염증으로 인한 통증을 호소하기 때문에 일단 통증을 경감해주기 위해 강력한 효과의 진통제인 바이코딘 처방을 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수순. 그러나 문제는 미국에서 일부 환자들이 바이코딘 등 마약성 진통제를 환각 목적으로 오남용한다는 것.

약물오남용자를 약국의 고객으로 대우하면서도 이들의 오남용을 효과적으로 제어하는 방법에 대해 골몰히 연구하던 신참 약사시절 (신참 약사가 가장 어려운 업무 중 하나는 약물오남용자를 다루는 일이다), 향정신적 의약품 및 마약성 진통제에 대한 약사의 법적 책임에 대해 인터넷 컨텐츠를 검색했던 적이 있었는데 지금도 기억에 남는 구절이 있다.

“약사는 국가 약장의 열쇠를 쥔 인물이다.”

미국 약사법은 신체적 정신적 의존성을 일으키는 약물들, 소위 마약성 진통제나 수면제, 진정제 등 향정신성 약물의 오남용을 방지하는 것을 약사의 책임으로 규정한다. 따라서 이런 약물이 반복처방 될 때에는 환자의 처방기록에 근거하여 적절한 시기에 내보내야 한다.

예를 들어 어떤 환자가 주치의에게서 1월 1일에 바이코딘 30일치 처방을 받아 약을 받아갔는데 갑자기 감염증이 생겨 1월 10일에 응급실을 방문, 응급실에서 5일 치 바이코딘을 처방을 받았다고 하자. 이 경우 처방전을 입력하면 환자가 환자가 보험으로 30일치를 받아간 경우 너무 일러서 약물이 급여가 되지 않는다는 TPR (Third Party Rejection) 창이 뜬다. 만약 환자가 동일 약국체인에서 현금으로 약을 사갔다면 DUR(Drug Utilization Review)창에 이전에 약 받은 날짜와 수량이 뜬다.


약사가 향정신성 의약품 및 마약성 진통제의 수령을 관리하는 책임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환자는 약물를 내보낼 수 없다고 통보하면 약국에서 언쟁을 하거나 소동을 피우는 경우가 있다. 노련한 약사들은 대개 이런 환자들을 어떻게 정중하고 단호하게 처리하는지 잘 안다. “내가 의사처방을 받아왔는데 왜 약사가 왈가왈부하냐.” 하면서 소동을 피우는 경우 내가 주로 처리하는 방법은 시스템에 있는 모든 정보를 아주 상세하게 전달한 후 약사법이 허락하지 않기 때문에 불가능하다고 단호하지만 공손하게 거절하는 것이다.

“XX씨, 몇월 몇일에 의사가 바이코딘 90정을 처방했고 복용법은 하루에 세번이네요. 몇월 몇일 몇시 몇분에 30일치 약을 수령하셨군요. 캘리포니아 주 약사법 및 연방법에 의해 환자가 충분한 수량을 갖고 있는 경우 약을 내보낼 수가 없습니다. 만약 내보내면 중범죄가 성립합니다.”

만약 환자가 동일한 의사에게 하루 3번 바이코딘 처방을 받았다가 통증이 통제가 안되어 동일한 의사로부터 하루 6번 처방을 받았다면 이 경우는 의사가 약물투여회수를 변경한 것이기 때문에 내 보낼 수 있다. 이 경우 이전에 받은 수량에서 하루에 3번이 아닌 6번 복용했다고 가정하여 처방일 수를 계산한 후 약물이 다 소진될 시점의 3-4일(며칠 먼저 내보낼지는 사실 약사의 재량이다) 앞서 약을 내보낸다.

마약성 진통제 오남용자의 경우 약사법 및 보험 문제를 잘 알고 있어서 보험이 있음에도 현금을 내겠다고 하거나(보험회사의 DUR창을 피하기 위해), 아예 새로운 약국체인으로 가서 보험이 있음에도 없다고 거짓말을 한 후 현금으로 약을 타가는 술수를 쓰기도 한다.

물론 처방전이 암전문병원에서 발행됐다면, 환자의 프로파일로 중증 질환이 분명하다면 마약성 진통제를 비교적 유두리있게 내보내지만 약물 오남용이 의심되는 경우라면 필요시 즉각 처방한 의사와 연락하고 정확한 시점에서 약을 내보내야한다. 약물 오남용이 의심되는 경우 의사가 먼저 약국으로 연락을 주기도 하며 의사와 약사는 환자기록을 공유하면서 긴밀하게 연락한다.

나중에 다루겠지만 미국에서 마약성 진통제 오남용 문제는 매우 심각하다. 미국에서 공화당 부통령 후보로 나섰던 전 알래스카 주지사 새러 패일린 (Sarah Palin)의 딸의 남자친구의 어머니가 옥시콘틴(Oxycontin) 불법소지죄로 체포됐었다는 뉴스만 들어도 미국에서 마약성 진통제 오남용이 얼마나 심각한지 대략 짐작할 수 있다. 옥시콘틴은 바이코딘보다 월등한 규제를 받는 마약서 진통제로 C-II에 속한다. C-II와 관련된 규정은 나중에 자세히 살펴볼 계획이다.

그렇다면 바이코딘 오남용자의 운명은 무엇인가. 바이코딘은 하이드로코돈 이외에 아세트아미노펜을 500mg 함유하고 있기 때문에 하루에 8정 이상 복용하는 경우 아세트아미노펜의 1일 최대량인 4000mg 초과하게 되므로 간손상이 불가피하다. 바이코딘 남용자의 주요 사망 원인은 간부전이다. 미국FDA가 2009년 6월경에 약물 오남용자들이 간부전으로 인해 사망하는 빈도가 높아진 점을 우려, FDA 자문위원들이 아세트아미노펜과 마약성 진통제의 복합제인 바이코딘, 퍼코셋 (Percocet) 등의 철수를 논의하도록 했지만 결국 혜택이 위험이 상위한다고 결론짓고 계속 시판을 허가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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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2011년 4월 아래와 같이 고시하였다 ..지금쯤 미국도 변경하였을까? 

 <아세트아미노펜 함유 전문의약품 허가사항 관련 조치내용>
1. “아세트아미노펜 함유 전문의약품”의 단위 제형당 최대 함량을 325㎎
으로 제한
○ 함량 초과 품목을 보유한 업체는 '11.10.31.까지 저함량 품목을
허가신청, '12.6.30.까지 허가완료
○ 함량 초과 품목은 저함량 품목을 허가받은 후 또는 저함량 품목을
허가받지 못하는 경우 '12.7.1.부터 시판중지
※ 단, 단위제형당 함량이 325㎎ 이상이나 서방성 제제 등 제형개선으로 용법을
줄인 품목은 제외(허가품목 : 울트라셋이알서방정)
2. “아세트아미노펜 함유 전문의약품”의 사용상의 주의사항 ‘경고’항에
다음의 ‘간독성’ 문구 추가
○ 간독성 : [제품명]에는 아세트아미노펜 및 [성분명]이 함유되어 있다.
아세트아미노펜은 때로 간이식 및 사망을 초래하는 급성 간부전과 관련이
있으며, 대부분의 간손상은 다른 아세트아미노펜 제품과 함께 복용하여
일일 4,000 밀리그램을 초과하였을 때와 관련이 있으므로 사용시 주의
한다. 특히 간장애 환자는 반드시 의사와 상의한 후 복용하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