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볼루셔너리 로드

2009. 2. 24. 14:01사소한 이야기들/영화

 

 

 

 

 첫눈에 반한 에이프릴(케이트 윈슬렛)과 프랭크(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결혼을 해서 행복한 가정을 이룬다. 뉴욕 맨하탄에서 1시간 정도 걸리는 교외 지역인 `레볼루셔너리 로드`에서 가장 아름다운 집에 보금자리를 꾸리게 된 두 사람.
모두가 안정되고 행복해 보이는 길, 레볼루셔너리 로드에서 그들의 사랑과 가정도 평안해 보이지만, 잔잔하게 반복되는 일상에서 탈출을 원하는 에이프릴과 프랭크는 모든 것을 버리고 파리로의 이민을 꿈꾼다.
새로운 삶을 찾게 되는 것에 들뜨고 행복하기만 한 두 사람. 하지만, 회사를 그만두려는 찰나 프랭크는 승진  

권유를 받게 된다. 모든 것을 뒤로 하고 파리로 가고자 하는 에이프릴, 그리고 현실에서 좀 더 안정된 삶을 살고자 하는 프랭크. ,,서로를 너무 사랑하지만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갈등하게 되는 두 사람.  

영화속제목에 등장하는 "레볼루셔너리 로드'란 안전되고 평안한 ..그리고 조금은 특별한 ..부러워하는

누구나 그리는 그런 부부를 칭한다

 

 

영화가 끝나고....

불확실성.....예전에는 확실하다고 믿었던것이 지금은 ...ne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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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재봉의 영화이야기

[타이타닉]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케이트 윈슬렛이 11년만에 다시 만난 [레볼루셔너리 로드]는, 중산층 소시민의 사랑과 삶에 대한 비극적 보고서이다. 디카프리오는 꽃미남 청년에서 세속의 살찐 남자로 변해가고 있고 케이트 윈슬렛은 열정적 청춘에서 성숙한 여인으로 진화하고 있다. 두 사람 사이에서 무게중심은 케이트 윈슬렛이다. 그것은 배역의 차이라기보다는 연기의 차이다. 이 영화의 감독이 케이트 윈슬렛의 남편이어서는 절대 아니다. [아메리칸 뷰티]로 미국 중산층의 위선적 삶을 섬세하게 표현한 샘 멘데스 감독은 [레볼루셔너리 로드]를 만들면서 자신의 부인을 여주인공으로 기용했다. 그러나 좋은 배역을 맡는다고 연기가 저절로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배우가 그 역할을 어떻게 소화하느냐, 나 아닌 다른 사람의 내면 속으로 얼마나 깊숙이 들어가 그것을 형상화 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가 중요하다. 내면의 포스가 분출되면서 내러티브를 끌고 가는 뛰어난 예를 우리는 [레볼루셔너리 로드]의 케이트 윈슬렛에서 찾을 수 있다.


순수하고 청순하기까지 했던 사랑의 시작이 어떻게 지저분하고 범속한 일상의 한 부분으로 전락해 갔는가, 크고 높은 꿈과 이상이 막막한 현실의 벽 앞에서 어떻게 좌절되는가 하는 이야기는 수없이 많다. 리처드 에이츠의 원작 소설을 영화화 한 샘 멘데스 감독의 [레볼루셔너리 로드]도 그 중의 하나이겠지만, [아메리칸 뷰티]에서도 역시 미국 중산층의 파편화 되어가는 위선적 삶의 모습에 카메라를 모았던 샘 멘데스 감독의 섬세한 관찰력이 우리를 전율시킨다. 샘 멘데스 감독의 장점은 일상적 리얼리티를 부여하는 사실적 연출이면서도 캐릭터의 내면에 풍부한 공간을 만들어서 관객의 상상력이 개입할 수 있는 통로를 열어 놓고, 내러티브 전개에 탄력성을 부여한다는 것이다. 그는 원작이 갖고 있는 인간관계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을 소름끼치도록 사실적으로 화면에 재현시킨다.


그런데 왜 제목이 [레볼루셔너리 로드 Revolutionary Road]일까? 혁명이라는 단어는 그렇게 함부로 아무데나 갖다 붙이는 단어는 아니다. 작가 리처드 에이츠는 1961년 이 소설을 발표하면서 1950년대의 미국 사회에 강력한 비판을 할 수 있는 상징적 제목을 붙였다. 미국은 청교도 혁명 정신을 바탕으로 건국된 나라이다. 구교와 대립된 신교도들이 메이플라워호를 타고 신대륙으로 건너온 후 건국이념이 되었던 혁명정신은 1950년대에 들어서서 급격하게 보수화되었다. 1950년대의 미국은 대도시 교외에 전원주택들이 만들어지고 중산층들의 이동이 시작되었으며, 사회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컴퓨터 산업이 막 시작되었고, 이상보다는 현실에 안주하려는 정신이 사회를 지배하고 있었고, 아이젠하워와 매카시 선풍으로 대변되는 보수화의 길을 걷고 있었다.


컴퓨터 관련 일을 하고 있는 평범한 회사원 프랭크 휠러(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한 파티에서 배우인 에이프릴(케이트 윈슬렛)을 만나 사랑에 빠진다. 영화는, 그들이 어떻게 사랑에 빠지는가 하는 문제에는 큰 관심이 없다. 두 사람이 사랑에 빠져 결혼에 이르는 과정은 아주 짧게 압축되어 전개된다. 중요한 것은 그 다음부터다. 코네티컷주 교외의 전원주택에 갈고 있는 부부는 두 아이를 낳고 행복하게 사는 것처럼 보인다. 아름답고 현명한 아내, 새롭게 개척되는 분야인 컴퓨터 회사라는 좋은 직장에서 높은 보수를 받고 일하는 사무직 남편. 그러나 프랭크는 자유롭기를 원했던 삶에서 지루하고 재미없는 일을 하는 평범한 회사원으로 전락해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좌절한다. 에이프릴은 배우라는 예술적 직업을 원했지만 평범한 가정주부가 되어 있는 자신의 모습에 절망한다. 그들은 자신들의 무기력한 삶을 반성하고 프랑스 파리 이주를 꿈꾼다.


[레볼루셔너리 로드]가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좌절하는 프랭크 부부의 삶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두 부부 주변에 두 가족이 등장한다. 하나는 이웃에 살고 있는 비슷한 또래의 젊은 부부이며, 또 하나는 부동산 중개업을 하는 헬렌 기빙스(캐시 베이츠) 기족이다. 이웃집 부부와의 관계는, 프랭크 부부의 세속적 삶을 더욱 타락하게 만드는 데 기여한다. 에이프릴은 이웃집 남자의 유혹으로 충동적인 섹스를 한다. 그녀는 자신의 불륜에 괴로워하지만, 오히려 그것을 계기로 세속을 벗어나려고 노력한다


부동산 중개업자인 헬렌은 정신병을 앓고 있는 자신의 아들 존(마이클 새넌)에게 프랭크 부부가 좋은 대화 상대가 되어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들에 비해 통속적이지 않고 지적으로 우월하다는 위선적 자부심으로 가득찬 프랭크 부부는, 엉뚱하고 솔직한 성격의 존과 만나면서 그들의 위선을 드러낸다. 계산적이고 위선적이지 못한 존은, 자신이 느끼는 것을 있는 그대로 말한다. 존의 말에 틀린 것은 없다. 존의 역할은, 프랭크 부부의 위선적 삶을 표면으로 드러내는데 있지만, 마이클 새넌의 좋은 연기는 그 이상이어서 중산층의 범속한 삶에 날카로운 비수를 꽂는다.


현실에 안주하지 못하고 이상을 향해 달려가는 모험적인 캐릭터는, 남편보다는 아내인 에이프릴에 무게가 주어져 있다. 그러나 세번째 아이를 임신한 상태에서 프랭크 휠러는 승진 발령을 받고 파리 이주 계획을 포기한다. 그리고 섬세하고 날카로운 아내와는 다르게, 육체적 만족을 위해 편안하게 접근하는 직장 동료와 섹스를 한다. 불확실한 미래보다는 확실한 현재를 택한 것이다. 에이프릴은 남편의 외도를 눈치채고 자신도 이웃집 남자와 섹스를 한다. 통속적이고 세속적인 보통 사람들과는 다른 삶을 꿈꾸던 그들도, 결국 현실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가장 통속적이고 세속적인 삶에 붙잡힌다.


대중적 감상주의와 절망적 공허를 벗어날 수 있는 길이 꼭 외국 이민만은 아니다. 그러나 파리 이주를 포기하면서 프랭크는 자신의 안정된 삶을 벗어나지 않겠다고 마음먹는다. 이제 그는 더 이상 젊은 시절 에이프릴을 매료시켰던 자유로운 영혼의 남자는 아니었다. 에이프릴은 통통속적 삶을 벗어나기 위해 마지막 선택을 한다. [레볼루셔너리 로드]가 단순히 미국 중산층 부부의 절망적 사랑에 관한 보고서에 그치는 것은 아니다. 그 속에는 현실 안주의 길을 택함으로써 이상을 포기하는 무기력한 소시민들을 통해, 퇴보화되어가는 혁명정신을 비판하는 작가의 의식이 숨겨져 있다.

 

원본보기 : http://cafe.daum.net/moviehun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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