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

2009. 8. 15. 22:13사소한 이야기들/영화

해운대

 

즐겁게..사짝의 감동까지....다 좋았다

하지원의 연기도..설경구의 연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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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재봉의 영화이야기


재난영화는, 재난 그 자체가 아니라 재난을 통해 삶의 예기치 않은 모습을 확인시켜 주고 극한 상황 속에서의 휴머니즘을 드러내는데 주력한다. 자연과 투쟁해가면서 인류는 문명을 발전시켜 왔다. 기술문명이 극도로 발전한 지금은 인간의 힘으로 완벽하게 자연을 정복한 것 같지만, 자연의 거대한 힘 앞에서 인간은 나약한 존재에 불과하다는 것을 우리는 재난영화를 통해서 깨닫는다. [해운대] 이전의 한국영화 목록에서 [싸이렌]이나 [리베라메]처럼 불을 소재로 한 영화들을 비롯해서 재난영화를 전혀 발견할 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진정한 의미에서 윤제균 감독의 [해운대]는 제대로 된 첫번째 한국형 재난영화라고 부를 수 있다.


지난 2004년 동남아시아 일대를 휩쓸며 22만여명의 사상자를 낸 쓰나미의 공포는 아직도 우리 뇌리 속에 선명하게 각인되어 있다. 우리나라에서 그렇게 멀지 않은 곳에서 발생했고 우리 역시 삼면이 바다로 둘러쌓여 있다는 점에서 쓰나미가 우리 국민들의 잠재의식 속에 남긴 충격은 매우 크다고 볼 수 있다. 윤제균 감독은 쓰나미라는 재난을 한국의 부산 해운대에 구체적으로 대입시킨다. 쓰나미 자체를 부각시키는 게 아니라 최대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펼쳐가다가 쓰나미를 등장시켜 그 효과를 극대화한다. 쓰나미 자체에 촛점이 맞춰져 있는 것이 아니라 쓰나미는 [해운대]에 등장하는 여러 유형의 인간군상들은 돋보이게 하는 보조적 역할을 한다. [해운대]의 각본은 매우 영리하게 짜여져 있다.


쓰나미가 등장하기까지 우리는 아주 오랫동안 기다려야만 한다. 그러나 그 과정이 절대 지루하지 않다. [두사부일체][색즉시공] 등의 영화에서 웃음의 코드를 정확하게 짚어냈던 윤제균 감독은 [1번가의 기적]부터 감동있는 휴머니즘을 양념처럼 버무리기 시작한다. [해운대]의 이야기를 끌고 가는 것은 각각 다른 사연을 안고 있는 세 커플들이다. 비극적으로 마감되는 경우도 있고 해피엔딩도 있지만 그들의 서로 다른 사랑이야기가 전개되어 가는 방식 자체는 매우 재미있게 그려져 있다. 웃음의 코드를 지뢰처럼 깔아 놓고 관객들을 토끼몰이하다가 어느 순간에는 가슴 저리는 사연으로 눈물샘을 자극한다.


해운대 토박이 만식(설경구)은 원양어선을 타고 나갔다가 눈 앞에서 연희 아버지의 죽음을 목격한다. 이혼한 후 해운대에서 횟집을 하는 노모와 어린 아들과 사는 그는, 연희 아버지의 부탁으로 연희(하지원)를 친동생처럼 끔찍하게 돌본다. 만식은 어느덧 자신의 가슴 속에서 사랑이 싹트고 있다는 것을 느끼지만 연희에게 고백할 용기가 없다. [해운대]에서 만식과 연희 커플은 이야기의 중심 기둥을 형성하고 있지만 신선도는 떨어진다. 설경구는 언제나 악에 받쳐 있다. 너무 드세게 너무 강하다. 유연성과 탄력성의 부족은 그가 코믹한 행동을 할 때 더욱 두드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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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식의 동생이며 해운대 해양구조대원인 형식(이민기)은 바다에서 허우적대고 있는 희미(강예원)를 발견하고 구조해준다. 서울에서 피서차 친구들과 해운대에 내려온 희미는 삼수생이지만 이대생이라고 거짓말을 한다. 희미는 저돌적으로 형식에게 애정공세를 펼친다. 어눌한 형식과 능동적인 희미 커플은 전통적인 남녀 관계를 파괴하면서 [해운대]에서 가장 신선하게 돋보인다. 반면에 쓰나미의 위험을 경고하는 지질학자 김휘(박중훈)와 7년전에 이혼한 그의 아내이며 해운대에서 진행되는 중요한 국제행사 진행을 맡은 유진(엄정화) 커플의 이야기는 너무나 식상하다. 헐리우드 영화에서 너무나 자주, 낯익게 보아온 상투적 캐릭터를 벗어나지 못한다.


[해운대]에서 가장 돋보이는 사람은 해운대 상가의 말썽꾸러기 건달 동춘(김인권)이다. 그는 정의롭지도 못하고 따뜻한 성품도 갖지 못한 사고뭉치다. 연희와는 초등학교 동창 사이이고, 만식과는 원양어선을 같이 탄 동료이다. 선하지도 않고 악하지도 않은 동춘의 인간적인 면모는 그와 노모와의 관계에서 더욱 섬세하게 드러난다. 어머니의 부탁대로 동춘은 면접을 보고 회사원이 되려고 생각하고, 노모는 관광버스를 타고 놀러가는 대신 아들을 위해 구두를 사려고 한다. 하지만 그때 쓰나미가 몰려온다. 다양한 인간군상들의 이야기가 펼쳐지면서 그것들이 극한 지점에 도달했을 때 쓰나미가 몰려오는 것으로 설정된 서사구조는, 감정선의 상승을 부추긴다. 인위적인 짜임새와 강제적인 연결고리가 눈에 띄기는 하지만 큰 결점으로 작용하지는 않는다.







 

 

 

 

 

 

 

 

 

 

 

원본보기 : http://cafe.daum.net/moviehun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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