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자만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2009. 3. 3. 17:55사소한 이야기들/영화

 

 

“나는 기이한 모습으로 태어났다”
1918년 제 1차 세계 대전 말 뉴올리언즈. 그 해 여름, 80세의 외모를 가진 아기가 태어난다. 그 이름 벤자민 버튼(브래드 피트). 그러나 사랑하는 아내가 벤자민을 낳다 세상을 떠난 것에 대한 분노와 아이의 너무나 평범하지 않은 외모에 경악한 벤자민의 아버지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그를 ‘놀란 하우스’ 양로원 현관 앞에 버린다.

“넌 다른 게 아냐, 특별할 뿐이야”
놀란 하우스에서 일하는 퀴니에게 발견된 벤자민. 퀴니를 엄마로, 그곳의 할아버지, 할머니들을 친구로 살아가는 벤자민은 해가 갈수록 젊어지는 자신을 발견한다. 이제 12살이 되어 60대 외형을 가지게 된 벤자민은 어느 날, 할머니를 찾아온 6살 나이 그대로의 어린 데이지를 만난다. 그리고 데이지의 푸른 눈동자를 영원히 잊을 수 없게 된다.

“시간이 흐를수록 나만 점점 젊어진다면?”
이제 제법 중년의 모습이 된 벤자민은 바다를 항해 하며 세상을 알아가고 데이지는 뉴욕 무용단에 합류해 인생의 절정을 보내며 열정을 폭발시킨다. 그리고 끝없이 만나고 헤어지는 과정 끝에 벤자민과 데이지는 마침내 서로 함께하는 ‘스윗 스팟(Sweet Spot)’의 시기를 맞는다. 서로의 나이가 엇비슷해진 짧은 그 순간을 놓칠 수 없었던 벤자민과 데이지는 불 같은 사랑을 나눈다.
그러나 그는 날마다 젊어지고 그녀는 점점 늙어가는데…

 

상식을 뒤엎는 영화

어떤식으로 태어났어도..결국인생이란 아쉬움만 남는가보다

늙어가는 여자도..어려지는 남자도..

음..그래도..내 맘에서...한번만..다시 더 젊어졌으면

파우스트같은..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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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재봉의 영화이야기

 


비현실적인 이야기가 갖는 가능성은, 일상적 현실의 규칙에서 벗어난 상상력의 자유로움으로 이야기 영역의 무한한 확대를 꾀할 수 있다는 데서 비롯된다. 로버트 레드포드 주연의 영화로도 만들어진 [위대한 개츠비]의 작가 스콧 피츠제랄드의 단편집 [재즈시대 이야기]에 실린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는, [80세로 태어나 18세를 향하여 늙어간다면 인생은 무한히 행복하리라]는 마크 트웨인의 말에서 영감을 받아 집필된 소설이다. 80세 노인의 얼굴과 피부를 갖고 태어나, 성장할수록 젊게 변모하는 벤자민 버튼이라는 남자의 일생을 다루고 있다. 이런 설정은 일종의 우화적 장치로서, 삶의 본질에 대한 사유를 가속시킨다.


이 영화의 각색 작업에 참여한 사람들은 [포레스트 검프]의 각본을 쓴 에릭 로스, 그리고 로빈 스위코드다. 감독은 [에일리언3]로 데뷔한 후, 인상적인 연쇄살인마의 이야기 [세븐]으로 철학적 사유와 감각적 재미를 동시에 갖춘 스릴러 영화의 교과서적 연출을 보여준 데이빗 핀처다. 그는 조디 포스터 주연의 [패닉 룸]과 [조디악] 등을 만들기도 했는데, [벤자민...]에는 철학적 사색에 의한 수직적 깊이와 감각적 변주에 의한 수평적 확산이 균형감 있게 배치되어 있다. [벤자민 버튼...]에서 우리는 시간에 지배당하는 삶의 숙명적 모습과, 아이에서 노인으로 변해가는 인간의 삶을 역설적으로 성찰할 수 있다. 데이빗 핀처 감독은 시나리오 초고를 처음 받았던 1992년부터 영화화 가능성을 탐색하다가 2003년 자신의 아버지의 죽음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영화화 작업에 착수하게 된다. 가까운 사람의 죽음은 우리에게 근본적인 삶의 질문을 던져주는 계기가 된다.


비현실적인 이야기에 생명을 불어 넣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현실적 이야기로 변모시키는 것은, 진정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노인처럼 온몸에 쭈글쭈글한 주름이 가득한 갓난아이가, 점점 시간의 역순으로 젊어져가는 변화를 우리가 실감나게 받아들이는 것은, 꼭 뛰어난 컴퓨터그래픽 기술 때문만은 절대 아니다.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과학기술과, 외형적 변화를 뛰어넘는 내면적 변화까지 표현하는 배우들의 연기력도 물론 중요하지만, 이 이야기에 살과 뼈를 불어넣는 영혼의 작업은 데이빗 핀처 감독의 카메라 앞에서 시작된다. 그는 시간에 지배받는 삶의 숙명적 모습을 진중한 카메라와 깊이 있는 연출로 아름답게 형상화시켰다.


제 1차 세계대전이 끝나가던 1918년, 뉴올린즈에서는 80세 노인의 쭈글쭈글한 피부와 얼굴을 가진 아이가 태어난다. 아이의 어머니는 아이를 낳으면서 세상을 떠나고 아이의 아버지는 아내의 죽음에 대한 분노와 흉칙한 아이의 모습에 놀라 양로원 현관에 아이를 버린다. 양로원에서 일하는 퀴니(타라지 핸슨)는 미혼이고 자신의 피부색과 다른 아이지만 그 아이를 거두어 자신이 키운다.


12살로 성장한 벤자민 버튼(브래드 피트)은 할아버지를 찾으로 양로원에 놀러온 6살 어린 소녀 데이지를 만난다.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젊어져서 외형적으로는 중년의 모습을 갖게 된 20대 청년 벤자민은, 양로원과 퀴니 곁을 떠나 선원 생활을 하며 세계를 유랑한다. 언제 어디서나 벤자민은 데이지에게 엽서와 편지를 보낸다. 1차 세계대전에도 참전해서 적의 잠수함과 격렬한 전투를 거치며 벤자민은 남자로 성장한다. 발레를 전공한 데이지(케이,트 블란쳇)는 당시 세계 최고의 무용단인 조지 발란쉰 발레단의 오디션에 합격하여 본격적으로 발레리나의 길을 걷는다.


그러나 데이지는 파리에서 불의의 교통사고로 다리가 부서지는 중상을 입고 더이상 발레리나로 활동할 수 없게 된다. 데이지의 비극을 곁에서 지켜보던 벤자민 버튼, 데이지는 벤자민에게 떠나달라고 말하고 벤자민은 다시 데이지의 곁을 떠난다. 시간이 흘러 이제 40대 중년의 벤자민은 20대 청년의 모습으로 변해가고 데이지는 중년 여인으로 변해간다. 버튼 공장을 운영하던 벤자민의 생부는 뒤늦게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벤자민에게 모든 유산을 물려준다. 늘 어긋나기만 하던 벤자민과 데이지는 드디어 함께 살며 행복한 시간을 갖는다. 데이지가 벤자민의 아이를 임신하고 출산하는 동안 벤자민의 고민 또한 깊어진다. 왜냐하면 아이가 성장할수록, 즉 시간이 흐를수록 벤자민 버튼의 외형적 모습은 이제 청년에서 소년으로 그리고 아이로 변해갈 것이기 때문이다. 벤자민은 아이가 자신의 모습을 기억하기 전에 데이지와 아이 곁을 떠난다.


고향 뉴올린즈에서 발레 학교를 열며 살아가던 데이지에게 벤자민이 다시 찾아와 소녀로 성장하고 있는 자신의 딸을 만난다. 데이지는 벤자민이 떠난 후 결혼을 했지만 그 행복은 오래가지 못한다. 남편은 죽은 후 데이지가 다시 벤자민을 만난 것은 경찰의 연락을 받고서였다. 경찰은 자신이 누구인지도 모르는 어린 소년 벤자민을 보호하고 있었다. 벤자민이 갖고 있는 노트에는 데이지의 연락처가 적혀 있었고, 일기와 편지는 모두 데이지와의 삶을 기록한 것이었다. 어린 벤자민은 결국 데이지의 품에서 죽어간다.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는 현재와 과거의 이야기가 교차편집 되어 있다, 크로스 컷팅에 의한 잦은 플래시백으로 시간의 이동을 보여주는 구조는 대중적인 전달 방식은 아니다. 스토리텔링의 현재에는 병원 침대에 누워 죽을 날을 기다리는 늙은 노파와 그녀의 딸이 등장한다. 영화는 그 노파가 낡은 일기장과 편지를 자신의 딸에게 읽게 하면서 전개된다. 그 편지와 일기장은 벤자민 버튼이 쓴 것들이다. 그러면서 이야기의 시제는 과거로 플래시백되어 벤자민 버튼의 어린시절부터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 사이 사이, 노파의 현재의 모습들이 등장하면서 그녀가 곧 데이지라는 것이 밝혀진다.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와 흡사한 내러티브 전개방식을 갖고 있는 [벤자민...]은 그러나 시간에 대한 성찰이라는 무게 있는 주제로 삶의 본질에 훨씬 더 접근해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남자는 점점 더 청년으로 변해가고 여자는 점점 더 중년의 모습으로 변해간다. 정신적으로는 중년이지만 육체적으로는 청년의 모습을 갖고 있는 벤자민 버튼은, 마크 트웨인이 이상적이라고 말하는 인생의 절정기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풍부한 재력과 삶의 다양한 경험을 갖고 있는 중년의 나이에 청년의 육체를 갖고 있어도 그것이 영원할 수는 없다. 벤자민 버튼은 이제 노인의 내면과 아이의 외면을 갖게 된다. 그 누구도 시간에 지배당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모든 것이 변한다. [벤자민 버튼의...]는 우화적 이야기를 통해서 일회적이고 순간적인 삶의 본질을 보여준다.

 

 

 

원본보기 : http://cafe.daum.net/moviehun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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