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우치

2009. 12. 22. 22:22사소한 이야기들/영화

전우치

 

동원군이 나오는 영화라는 이유만으로 10번씩 보던 그때처럼은 아니지만

역시..가슴이 설레인다

냉정한..영화평은 이미 나에게 존재하지 않고..ㅋㅋ

너가 나오는 영화만으로.......난..별다섯이다^^

 

 

 

 

 

 

 

하재봉의 영화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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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인물에 근거를 두고 쓰여진 것으로 믿어지는 우리의 고전소설 [전우치전]은, 조선시대 초기 송도에 살았던 선비 전우치에 대한 이야기이다. 신통한 도술을 부리는 전우치라는 인물은, 탐관오리를 괴롭히고 서민들을 위해 초능력을 행사한다는 점에서 홍길동과 비슷하게 보이지만 훨씬 인간적이다. 홍길동이 정치적 인물이라면 전우치는 다혈질적이고 감정적이며 스스로의 개인적 욕망에 따라 도술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인간화되어 있다.

 

 

[범죄의 재구성][타짜]의 최동훈 감독이 전우치라는 캐릭터에 매력을 느낀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의 전작들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뛰어난 지략으로 한국은행에서 50억원을 인출하는 사기전과의 사기꾼들이거나(범죄의 재구성) 도박판에서 뛰어난 손놀림으로 타짜 대접을 받고 있는 도박꾼(타짜)인 것처럼 모두 반사회적 캐릭터들이다. 최동훈 감독의 영화에 등장하는 액션이나 스릴러는 모두 밑바탕에 뛰어난 지략을 깔고 진행된다. 겉으로는 각종 범죄와 관련된 액션이 등장하지만 내면적으로는 지략을 이용해서 상대와 심리 대결을 펼치고 있다는 점에서 전우치라는 반사회적 캐릭터는 매력적일 수밖에 없었다.

 

 

최동훈 감독이 직접 각본을 쓴 [전우치]는,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현실과 환타지의 경계를 무너뜨리면서 대중적 재미를 주려고 한다. 그 과정에서 삼국유사에 등장했던 신비한 힘을 가진 피리 만파식적이나 민담에 출몰하던 요괴의 캐릭터가 등장하기도 하고, 헐리우드 범죄 액션 영화 속의 이야기가 차용되기도 한다. 냉동감옥에 보관된 범죄자가 수백년 후에 깨어나 다시 범죄를 저지르고 다니자, 그 범죄자를 붙잡다가 불법을 저지른 죄로 역시 냉동감옥에 갇혀 있던 경찰을 풀어서 그 범죄자를 붙잡게 하는 실베스타 스텔론 주연의 [데몰리션 맨]에서처럼, 범죄자로 오인되어 족자 안에 가두어진 전우치를 5백년 뒤에 신선들이 다시 풀어내어 요괴를 잡게 하는 이야기가 활용된다.

 

 

전우치(강동원)라는 캐릭터는 매력적이다. 헐리우드 슈퍼히어로들처럼 각종 초능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타고난 악동기질로 심한 장난도 치고 그러다가 사랑에도 빠진다. 전우치 곁에는 항상 초랭이(유해진)가 붙어 다니는데 초랭이는 원래 개이지만 전우치가 도술을 부려 인간의 모습으로 함께 다닌다. 전우치의 스승 천관대사(백운식)와 화담(김윤석)은 전우치보다 한 급수 위의 능력을 가진 도인으로 등장한다. 요괴들이 세상을 시끄럽게 하자 신선 3인방은 천관대사와 화담에게 부탁해서 요괴를 봉인하고 그들을 잠재울 수 있는 능력을 가진 피리 만파식적을 두 개로 쪼개어 두 사람에게 각각 맡긴다. 그러나 천관대사는 누군가에게 살해되고 전우치는 스승을 살해한 범인으로 몰려 그림 속 족자에 갇히게 된다. 

 

 

2009년의 현대, 다시 요괴들이 활개를 치자 이제는 스님(송영창) 점쟁이(주진모) 신부(김상호)가 된 신선 3인방은 박물관에 보관된 족자그림 속의 전우치와 초랭이를 풀어내 요괴를 잡게 한다. 그 과정에서 전우치는 영화배우(염정아)의 코디로 일하는 인경(임수정)과 사랑에 빠지게 된다. 드디어 사악한 악마 캐릭터를 가진 화담의 정체가 드러나고, 전우치와 화담의 최후의 대결이 시작된다.   

 

 

[전우치]에서 500년전의 조선시대와 2009년의 한국이 처한 정치적 사회적 상황은 심각한 문제가 되지 않는다. 현대에는 임금이라는 존재없이 민주적으로 살고 있다는 말이 대사로 등장하지만 그것은 표피적이다. 본질적이고 근본적인 시대적 차이에 대한 고민은 없다. 히어로 무비에서 시대적 배경에 대한 사회적 정치적 인식은 매우 중요하다. 왜, 초능력을 가진 영웅이 필요한가에 대한 해답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동훈 감독은 그런 정치적 질문을 배제한채 전우치의 신비한 능력을 재미있게 활용하려고만 한다.

 

 

더 큰 문제는, [전우치]에는 그 재미마저 없다는 것이다. 와이어 액션을 이용한 현란한 테크놀로지가 등장하고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쫒는 자와 쫒기는 자가 등장하지만 빈 수레가 요란한 것처럼 시끄럽기만 하다. 진정한 영화적 재미는 화려한 액션이나 테크놀로지가 아니라 그것을 받쳐주는 이야기의 진정성이다. 전우치와 인경이 꿈에서 본듯 현실 속에서 겪은듯 묘사되는 해변씬은 코엔 현제의 [바톤핑크]의 마지막 장면과 유사하다. 이것 저것 뒤섞어서 이야기는 많이 만들어 놓은 것 같지만, 비효울적으로 산만하고 액션씬은 정신이 없으며 우리의 감정을 휘어잡지 못한다. 전우치 역의 강동원이나 인경역의 임수정, 여배우 역의 염정아, 초랭이 역의 유해진 등등은 모두 제 몫을 한다. 좋은 배우들이 와이어에 매달려 허공에서 고생한 노력이 안타까울 뿐이다.

 

원본보기 : http://cafe.daum.net/moviehun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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