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3. 12. 10:02ㆍ사소한 이야기들/이런저런이야기
일전 다녀온 성북동 도보여행 코스..
카메라를 준비하지 못해 사진을 남기지 못한점이 아쉬었는데...
다른 블로그에 자료가 올라와 있길래 얼렁 캐취했다.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은 국가의 도읍으로서 600년, 그리고 중요 도시로서도 1천 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곳입니다. 이렇듯 수많은 역사가 축적된 한강변의 너른 땅에는 그 장구한 시간만큼이나 다양한 볼 거리, 이야깃거리가 숨어 있기 마련이지요.
이러한 서울의 모습, 그리고 역사를 보다 잘 알리기 위해 서울시는 2003년부터 서울의 관광 권역을 전통, 역사, 그리고 한강 등 5개 부문으로 나누어 도보관광코스를 만들고 운영하고 있는데요, 현재 12개의 코스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예약만 하면 전문 교육을 받은 해설사가 무료로 직접 동행해 생생한 설명을 들을 수 있는데요, 한국어, 영어, 일어, 그리고 중국어의 4개 국어로 해설이 가능해 외국인들에게도 대단히 유용합니다. 또한 교육적으로도 너무나 훌륭하고요, 무엇보다 재미가 있기 때문에 국내, 국외를 불문하고 대단히 인기가 높다고 합니다.
<정책공감>은 많은 코스들 중 '근대문화중심지역'인 성북동의 최순우옛집-길상사 코스를 선택해 돌아보았고요, 아래와 같이 고즈넉한 성북동의 명소들을 여러분께 소개합니다.
성북동, 근대화의 흔적이 가득한 땅
서울 성곽의 북동쪽 소문인 혜화문을 나서면 바로 성북동입니다. 말 그대로 성의 북쪽인 것이죠. 지금은 복개공사로 덮여 흔적을 찾기 어렵지만 두 산줄기 사이로 성북천이 흐르는 이 땅은 지금은 살기 좋은 곳으로 이름난 곳으로 땅 값이 엄청나지만, 본디 일제강점기 시절에 성 밖 주거지역으로 무상으로 공급되던 역사를 지닌 곳입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옛 집들은 대부분이 헐려 나가고 없어졌으나 근대 한옥들이 아직도 많이 남아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성북동 코스에는 청사에 이름을 빛낸 주요 인사들의 옛 집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성북동 코스 지도 (출처 : 서울 도보관광안내 홈페이지 : http://dobo.visitseoul.net)>
1. 최순우 옛집
성북동 코스의 제 1 포인트는 바로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로 잘 알려진 혜곡 최순우(1916~84) 선생의 옛 집입니다.
<혜곡 최순우 옛집의 대문입니다.>
서울시 등록문화재 제 268호로 지정된 고요한 분위기의 한옥으로 한국내셔널트러스트의 시민문화유산 제 1호이기도 합니다. 전통적 한옥과는 사뭇 다른 근대 한옥의 건축양식이 곳곳에 남아 있어서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최순우 옛집 안뜰. 나무와 우물이 있네요.>
<함석으로 길이를 늘린 처마와 새 모양의 홈통>
최순우 옛집의 처마는 전통 한옥의 그것과는 많이 다릅니다. 날아갈 듯한 현수곡선이 아름다운 기와지붕은 한옥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이지만, 일제 강점기 당시 한옥의 상징인 처마를 60cm 이상 빼지 못하도록 막은 법의 흔적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들어갈 수는 없었지만 유리문을 통해 실내를 볼 수 있었습니다>
<흙담과 대나무>
<집 한 가운데는 이렇게 나무뚜껑이 덮인 우물이 있습니다.>
<후원의 장독대>
<무료로 보리차를 마실 수 있는 후원. 차도 주문할 수 있습니다!>
<함석 처마 덕분에 날아갈 듯한 한옥의 추녀 곡선을 볼 수 없는 점이 아쉽네요>
2. 서울 성곽
최순우 옛집을 나서서 조금만 산을 올라가면 바로 북쪽 서울성곽이 나옵니다. 종로구-성북구 경계지점이라는 표시도 서 있는데요, 도로로 인해 안타깝게 잘려 있기는 하지만 높이 약 12미터에 석축 구조, 그리고 규칙적으로 여장이 쌓여진 엄연한 성벽입니다.
<서울성곽 안내판. 성벽의 절개된 부위에 세워져 있습니다>
<화강석으로 치밀하게 쌓여진 성벽. 담쟁이덩굴이 온통 뒤덮고 있네요.
이쪽 땅은 성북구, 성벽 안쪽은 종로구입니다.>
<여장의 구조가 잘 보입니다.>
여장은 성벽 위에 덧쌓은 방어벽으로, 병사들이 이 곳에 몸을 숨기고 총과 활로 공격을 할 수 있도록 총안이 규칙적으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서울성곽의 여장은 벽돌구조(전축식)로 만들어진 수원 화성의 여장보다는 다소 터프한 형태인데요, 서울 성곽은 본디 전투용 방어벽이라기보다는 읍성(邑城)으로써 도시의 영역을 정해두는 역할이 더 컸습니다. (서울을 지키는 진짜 전투요새는 광주의 남한산성이었습니다)
<성벽 위에서 노닐던 새 가족들 중 한 마리. 아빠 새 같았습니다 ^_^>
3. 선잠단지와 성북 천주교 성당
사적 제 83호인 선잠단지는 왕비가 누에치기를 처음 했다는 중국 상고 황제의 황후 서릉씨를 무에신으로 모시고 제사지내던 장소입니다. 붉은 홍살문이 서 있고 제단이 남아 있습니다. 뽕나무가 많이 서 있어서 옛 일을 짐작하게 하네요.
<붉은 홍살문이 서 있는 입구. 들어가 볼 수는 없었네요>
<통로를 따라 주욱 이어지는 뽕나무들>
<한 눈에 클래식한 분위기의 성북 천주교 성당 입구입니다.>
<꽃들이 가득 피어 있는 길 주변 풍경>
4. 길상사
길상사는 현재는 사찰이지만 본디 우리나라 3대 요릿집이었던 대원각이었던 건물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일반적인 사찰의 형식과는 많이 다르다는 것을 한 눈에 느낄 수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이 건물에는 요정을 운영하던 여인 김자야와 시인 백석의 영화와도 같은 세기의 러브 스토리가 담겨 있는데요, 김자야가 수필 '무소유'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법정 스님에게 기부하려 했으나 법정 스님이 거절하셨고, 결국 조계종에 기부함으로서 비로소 사찰로 다시 태어나 모든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게 된 절입니다.
<길상사 입구. 일반적 절의 입구에 있는 일주문이 아닌 대문입니다>
<길상사의 중심 전각인 극락전. 아미타불이 모셔진 곳입니다>
길상사는 장내 전각의 구성이라던가, 단청이 없는 것 등 전체적으로 절이라기보다는 신식 정원이 잘 갖추어진 양반집과 같은 느낌이라 전통건축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의아하게 생각할 수 있는 사찰인데요, 비하인드 스토리를 알고 나면 또한 고개가 끄덕여지는 곳입니다.
<성모 마리아상을 닮은 관세음보살 상>
길상사에는 매월 넷째주 토-일요일에 템플스테이 행사도 하니 관심있는 분들은 참여해 보세요!
(문의 : 길상사 홈페이지 : http://www.kilsangsa.or.kr, 전화 02-3672-5945~6)
5. 이재준(이종석) 가옥
이재준 가옥은 서울민속자료 10호로 등록되어 있는 곳으로, 별장 형태의 건물로 일반적 사대부 기와집과는 다소 형식이 다르며, 역시 근대 한옥건축의 특징이 많이 남아 있는 곳입니다. 조선 후기의 거상의 생활상을 충분히 엿볼 수 있는데요, 아쉽게도 바로 옆의 덕수교회에서 관리하고 있는 사유지이기 때문에 관람하려면 2주 전에는 미리 예약을 해야 가능합니다.
<어쩐지 단아해 보이는 대문의 모습. 현대적 느낌이 물씬 풍깁니다>
<아쉬운 마음에 벽돌담 틈으로 내부를 들여다 보았습니다. 앞마당에 잔디가 깔려 있네요>
7. 심우장 (尋牛壯)
'심우'란 불교에서 깨달음을 얻어가는 과정을 뜻하는 말입니다. 이 집은 시인, 승려이자 한국의 대표적 독립운동가인 만해 한용운 선생(1879 ~ 1944) 이 3.1운동으로 옥고를 치룬 후 사시다가 안타깝게도 조국의 광복을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신 곳으로 서울시기념물 제 7호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그의 유품과 직접 심은 향나무는 물론 집 자체에서 그의 독립운동의 신념을 느낄 수 있는 곳입니다.
<심우장 본 건물. 조선총독부 건물을 등진 북향으로 지었습니다>
<만해 선생님의 초상이 걸려 있는 담백한 실내>
<심우장의 기와 지붕>
<만해 선생님이 직접 심으셨다는 향나무.>
8. 이태준 가옥 (수연산방>
월북작가였으나 최근 사면된 상허 이태준은 <가마귀>, <달밤>, 그리고 <복덕방>등을 통해 한국 현대소설의 기법적 바탕을 이루었다고 평가되는 명작가입니다. 아울러 그의 책 <문장강화>는 글 쓰는 이들에게는 아주 유명한 책이기도 하지요. 이태준 고택은 현재 선생의 외증손녀가 찻집 '수연산방'으로 개조해 운영하고 있으나, 상허 선생이 집필작업을 했던 누마루와 꼼꼼히 가꾸어진 정원 등 과거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는 곳입니다.
<수연산방이라는 편액이 붙어 있는 이태준 고택 대문.
돌담이 수수하면서도 아주 단아했습니다.>
<정원과 본채의 모습. 손님들이 많이 와 있었습니다>
<정원 가운데의 우물>
<상허 이태준 선생의 가족사진과 함께 각종 소품들이 전시된 내부>
<곳곳에 고풍스러운 분위기가 가득했습니다>
<물고기 풍경과 '향기를 듣는' 문향루(聞香樓)>
<오후의 햇빛 아래 꽃들과 더불어 무척이나 아름다왔던 집이었습니다>
<시원한 얼음이 동동 뜬 대추차와 모과차도 굿이었고요!>
<정책공감>은 오후 시간을 함께 동행하며 성북동 코스를 상세히 해설해 주신 박병호(63)님과 차 한잔을 놓고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습니다.
"서울이라고 하는 곳에 이렇게 볼 거리가
많고, 산 역사의 증인이랄까... 조금만 관심있게 보면 더 많은 것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또한 그것들을 사람들에게 전달해 주는 즐거움에 오히려 제가 흠뻑 빠졌다고나 할까요?"
대학에서 지리학을 전공하고 다국적 회사의 중역으로 오래 일하셨다는 박 해설사는 신문 광고를 접하고서 문화유산해설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제 만 1년이 되어간다고 하는데요, 보통 평일에는 하루에 한 번, 영어 해설을 주로 맡고 있다고 합니다.
"과거를 알면 현재를 이해할 수가 있고, 나아가 미래까지 예측할 수 있어요"라며 문화와 역사를 공부하게 된 계기를 말했습니다.
"나이가 들어 내 인생을 정리해야 할텐데 어떻게 정리해야 할 것인가 고민하는 사람에게 문화와 역사를 공부해보라고 하면 큰 답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라며 추천을 덧붙여 주었습니다.
문화유산해설사로 뽑히게 되면 서울시에서 오랜 기간 코스를 공부하고 답사하고, 또 시나리오를 써 보고, 시험을 보는 등 심도 있는 교육을 시킨다고 합니다. 또한 추후에도 서울시에서 비용을 내서 주기적으로 재교육을 시킨다고 하네요.
박병호 해설사는 "역사지리를 공부하다 보니 나의 현재와 미래까지 연관시켜 생각할 수 있는 위치가 되었고, 자연스럽게 다른 이들에게도 그런 효과와 깨달음을 전달하고 싶어졌다"고 말했는데요,
"공부를 하다 보니 살아있는 해설을 위해서는 실질적으로 개인이 더욱 많은 공부를 해야 한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낀다" 면서, 해설사들끼리 계속적인 스터디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한 나라의 문화 수준이라는 것은 일단 먹고 사는, 민생고가 해결된 후에야 가능하다고 보거든요.이런 곳에 국가적으로 관심을 가져 주는 것은 정말 고마운 일이고요, 물론 문제점이 없지는 않지만 몰라서 안 하는 것이 아니라고 봅니다. 계속 문화 국가로서 나아가야 한다는 그 방향을 잡아준다는 것이 중요할 것입니다.아무리 산업화가 된다 해도 우리의 밑바탕에 깔린 한국적인 것들이 가장 큰 경쟁력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문화 선진국으로 가는 길이 바로 그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서울도보관광 사업의 운영을 맡고 있는 서울시 관광진흥담당과의 김은주(31) 담당관은,
"서울이 볼 만한 도시이고, 이런 좋은 무료안내가 있구나 이렇게 관광객들의 인식, 인지도를 높이는 것이 큰 목표입니다.
많이 참가해보시고, 좋은 피드백을 주시면 좋겠고요, 좋은 코스가 있다면 언제든
제안해 주세요!"
김은주 담당관은 서울도보관광이 2003년부터 시작되었다고 하는데요, 올해만 약 4만여 명이 이용하는 등 무척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책으로 보거나 혼자 다닐때보다는 관광지에 대한 이해의 깊이가 크게 달라진다는 장점이 가장 크다"며 이 사업의 장점을 설명했는데요,
홈페이지를 통해 자발적 설문조사 형식으로 관광객들의 만족도 조사를 해 보니 작년인 2008년도에는 거의 93%가 만족한다는 답변이 있었다고 합니다.
"가장 크게 만족하는 이유는 해설사의 해설이 있어 그냥 돌아다니는 것보다는 훨씬 재미가 있다는 것이겠지만, 일단 - 입장료가 필요한 부분은 내셔야 하지만 - 기본은 공짜라는 것일 거예요." 라며 웃었습니다.
또한 김 담당관은 "걸어다니는 여행은 녹색관광이라는 취지와도 아주 잘 맞는다"며,
"이런 부분을 확대해 생태관광, 자전거관광 등을 계속 추가할 생각이고 이번에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조선왕릉과 더불어 곧 자유관람제가 시행될 예정인 창덕궁 등도 도보관광 코스로 추가될 예정"이라며 향후 계획을 말했습니다.
http://blog.daum.net/hellopolicy/6978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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