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오하이오 시골병원, 의사 연봉 5억3천만원 가능한 이유는?

2014. 2. 12. 12:43사소한 이야기들/이런저런이야기

美오하이오 시골병원, 의사 연봉 5억3천만원 가능한 이유는?

'서던 오하이오 메디컬센터' 포춘지 선정 연봉 1위 기업에 뽑혀
민간의료보험 중심 의료체계에서 가능

▲ 서던 오하이오 메디컬센터(Southern Ohio Medical Center, SOMC) 전경.
미국에서 직원 연봉이 가장 높은 기업은 어디일까.

최근 미국 경제전문지 포천은 미국 내 연봉 'TOP 10' 기업을 선정해 발표했다.

놀랍게도 연봉 1위 기업은 일반 대기업이 아니라 의료기관이었다.

포천에 따르면 연봉 1위 기업으로 선정된 서던 오하이오 메디컬센터(Southern Ohio Medical Center, 이하 SOMC)에 근무하는 의사들의 평균 연봉은 49만647달러에 달했다. 한화로 환산하면 5억원이 넘는 금액이다.

SOMC는 오하이오주 맨 아랫자락의 포츠머스(portsmouth)란 곳에 위치하고 있다. 포츠머스는 인구 3만명도 안되는 말 그대로 시골이다.

SOMC는 급성기센터를 비롯해 암센터, 호스피스센터, 의료 교육시설, 회원 커뮤니티센터 등 지역 내에서만 10여곳 이상의 건물을 두고 있다.

한해 7만여명이 이용하고 있는 지역응급의료센터를 가동 중이며, 총 병상 수는 227개에 달한다. 

의사 수는 총 52명에 불과하지만 간호사는 비정규직까지 포함해 700여명 가까이 근무하고 있다.

특히 이 병원 의사들은 고액 연봉 외에도 회사가 개인 계좌에 매년 2%씩 퇴직금을 적립해주고 있어 연봉이 그만큼 올라가는 효과가 있다. 

뉴욕 쇼핑센터와 호화 크루즈 여객선 등을 마음껏 이용할 수 있는 비금전적 혜택도 만만치 않다.

개인별로 주말농장을 이용하는 등 직원 가족들이 누릴 수 있는 혜택도 많았다.  

SOMC는 포천지에서 3년 연속으로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올해는 36위를 차지했는데 인텔(46위)이나 마이크로소프트(71위)보다 높은 순위다.

▲ 미국 북동부 오하이오주 포츠머스시에 위치한 SOMC. 포츠머스시는 인구 3만명 미만으로 산으로 둘러싸인 작은 도시다.

그렇다면 미국의 작은 시골마을에 위치한 병원이 고용된 의사들에게 이토록 많은 연봉과 혜택을 줄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환자 수가 많은 것도 아니었다. SOMC의 연간 외래환자 수는 30만명, 수술 입원 환자는3~4만명, 한해 분만 건수는 1,200건 정도였다.

다만 의료시설과 서비스가 고급화돼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그래서 신생아실, 수술실 등의 각종 시설이용료가 비싼 편이다.

보험 미적용 시 신생아실은 하루에 1,962달러(한화 약 216만원)를 지불해야 한다. 수술실은 레벨1(기본 등급)의 경우 기본료 616달러(68만원)에 15분당 350달러(39만원)가 부가되고, 수술비나 약제비 등은 별도다.

응급실 이용료는 중간 단계(총 6단계 중 3단계)가 325달러(36만원) 수준으로 역시 치료비와 약제비 등은 별도다. 

사실 미국 내 다른 고급 개인병원들도 SOMC 못지 않게 수술비 등 진료비가 꽤 비싸다.
▲ SOMC에서 운영하는 호스피스센터

무엇보다 우리나라와 다른 의료보험체계가 SOMC가 고급 시설에 많은 의료인력을 갖추고도 운영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 

오하이오주의 한적한 시골에 위치한 SOMC는 주위에 경쟁 병원이 없는 탓에 보험사들이 수가를 더 많이 주고서라도 계약을 맺엇을 것으로 추측된다.

SOMC의 또 다른 수익 창출은 활발한 기금모금 활동에서 이뤄진다.

현재 SOMC는 재단을 설립해 유방암 예방 캠페인, 금연 행사, 당뇨병 예방을 위한 걷기 치료 등 다양한 이벤트를 통해 기금을 유치하고 있다.

또한 의사 수가 적다 보니 이들에게 돌아가는 임금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SOMC는 의사들에게 가족같은 분위기와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는 대신 신규 고용은 자제하고 있다.

특히 대도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의사 구인이 힘든 시골지역이어서 병원에서 의사를 채용하려면 파격적인 연봉과 혜택을 제공해야 하는 게 미국에선 당연하게 여겨진다. 물론 그만큼 노동강도는 세지겠지만.

일반적으로 미국 의사들은 수련기간 보다는 수련 후 노동강도가 더 세다. 개인병원에 근무하는 미국 의사들은 하루에 20~30명의 외래 환자를 보고 그 환자가 입원하면 회진도 직접 챙긴다.

퇴근해서도 그 환자들의 콜을 받아야 한다. 주말에는 교대로 콜을 받고, 3~4주에 한번은 회진도 돈다.   

결국 고액 연봉에는 그만한 의무가 따르는 셈이다. 

다만 미국은 의사 수가 부족한데다 경쟁병원이 적은 지역에서는 보험회사와 더 높은 수가로 계약을 맺을 수 있는 방식이어서 SOMC의 파격적인 의사 연봉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한국은 의사 수가 절대 부족한 것도 아니고, 지역에 따른 수가 차등화도 불가능한 상황이어서 SOMC처럼 고액 연봉 시스템을 갖춘 병원이 등장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지 싶다. 

[도움말 : 강현석(미국 애틀랜타 에모리 대학병원 혈액종양내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