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자전

2010. 6. 19. 22:30사소한 이야기들/영화

춘향전의 다른 이야기..

생각보다..훨씬 더 에로틱한 영화 ㅋㅋ

기대를 안해서인지..재미있었다

 

하재봉의 영화잉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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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자전

 

 

 

 

조선 후기인 숙종말 영조초 사이에 이야기가 형성되어

이후 수 백년동안 필사된 책들과 구비전승을 통해 후대로 전해져 내려오면서

[춘향전]은, 내러티브의 전개과정이나 캐릭터가 조금씩 다른 100여종의 이본을 낳는다.

필사 과정에서 작가의 상상력이 더해져 만들어지거나

구비전승되는 과정에서 입담 좋은 음유시인들의

농울친 표현으로 그 풍부함을 더해진 이설 춘향전 중에는

방자나 향단의 역할이 특별하게 강조된 작품들도 있다.

 

 

김대우 각본 감독의 [방자전]은

지금까지의 이설 춘향전들과는 출발부터 궤를 달리한다.

[춘향전]의 이본들이 사또 자제와 기생 딸의 로맨스, 이별

섹스를 요구하는 탐욕스러운 사또와

일편단심 낭군을 위해 수청을 거절하는 기생 딸 춘향의 대결,

그리고 탐관오리를 징벌하는 어사출또의 클라이막스와 해피엔딩이라는

기본 뼈대에서는 대부분 동일하지만

[방자전]은 그렇지 않다.

 

[방자전]은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남원골 사또 자제 이몽룡이 주인공이 아니라

그의 몸종 방자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무엇보다 당대의 절색 춘향을 사이에 두고

양반 몽룡과 상놈인 그의 몸종 방자가 삼각관계를 펼친다는 설정이 발칙하다.

또 정절의 상징 춘향의 캐릭터를

신분상승을 꾀하는 현실적 여인으로 묘사한 점도 두드러진다.

 

 

방자(김주혁)는 몽룡(류승범)을 농락하는 건달들을 단숨에 제압할 정도로

힘이 세고 의협심이 강한 남성성을 드러내지만 또한

폭포수에 빠진 춘향(조여정)의 신발을 꺼내기 위해 기꺼이 몸을 던지는 페미니스트다.

[방자전]은 당대의 뛰어난 문장가(공형진)를 찾아온 방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글로 써달라고 부탁한다.

[방자전]의 이야기는 소설가 앞에서 자신의 과거사를 추억하는

방자의 회고를 중심축으로 전개된다.

 

이런 식의 내러티브 전개 스타일은

[타이타닉]이나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가 그렇듯이

방자의 과거지사가 전개되면서

그 사이에 가끔 소설가와 마주한 방자의 현재의 모습을이 교차해서 보여주는

전형적인 헐리우드 로맨스 구조 중 하나이다.

 

 

몽룡은 호색한이며 비열한 책략가로 캐릭터가 바뀌었다.

그의 지략은, 요즘 식으로 치자면, 사법고시 동기생인 변학도를 희생시켜가며

조정을 사로잡는 아름다운 미담을 만들어냄으로써 중앙 정계의 주목을 받으려는

[방자전]의 후반부 어사출또 장면에서 빛을 발한다.

 

방자는 처음에는 양반 상놈의 태생적 신분계층에 복종했지만

춘향을 사이에 두고 몽룡과 갈등을 빚으면서

몽룡, 그리고 양반에 대한 복수심으로 춘향에게 접근한다.

그러나 방자의 근본은 로맨티스트다.

사랑하는 춘향을 위해서라면 깊은 물 속이건

태형이 기다리는 사또의 문책이건

물불 가리지 않고 뛰어든다.

 

 

 

청담동 나이트 클럽의 부킹족 죽순이들처럼

청풍각 기생 월매의 딸 춘향은

신분 좋고 돈 많은 몽룡과의 섹스로 그를 사로잡으면서

기생의 딸에서 양반의 부인으로 신분상승을 꾀하는

현실적 여인으로 그려져 있다.

 몸과 마음은 방자를 받아들이지만

현실적으로 자신의 삶을 안정감 있게 지탱해 줄 수 있는

몽룡과의 관계를 중요시한다.

방자가 옆에서 듣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연애고수 월매의 귀뜸이긴 하지만,

몽룡과의 섹스에서 교성을 커다랗게 내지른다.

 

 

[방자전]의 재미는

기존의 캐릭터를 과감하게 뒤집어서

출세를 위해서라면 야비한 전략도 서슴치않는 몰룡이나

신분상승을 위해서라면 사랑하는 하층민 계급의 남자를 버릴 수 있는 춘향

사랑하는 춘향을 위해 양반 몽룡과 맞장 뜨는 것도 두려워하지 않는 방자 등에게서 발생하지만

또한 연애고수로 등장해 방자에게 전라도 한량 장판봉 선생의 [툭] 기술 등

연애비법을 전수해주는 마노인(오달수)이나

훗날 출세해서 자신의 기방을 차려 놓고 어사 신분으로 몽룡과 섹스를 하는 향단(류현경)

여자를 탐하는데만 정신 팔린, 인텔리 변태 변학도(송새벽)같은

조연 캐릭터들도 큰 몫을 하고 있다.

 

 

 

 

원본 보기 : http://cafe.daum.net/moviehun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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