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9. 23. 13:26ㆍ사소한 이야기들/wine & 음식
귀부와인,...
와인은 하늘의 별 수만큼 그 종류가 많다. 그 중에 디저트 와인으로 마시는 스위트한 와인의 세계는 처음으로 그 맛을 보는 사람들에게 대단한 충격을 준다. 그냥 단 것만이 아니다. 꿀물 같은 깊은 맛으로, 와인 용어를 사용하면 ‘풀 바디(Full body)’하다. 그 중에 하나인 귀부와인을 소개한다.
포도를 나무에 오래 매달아 놓고, 포도껍질에 곰팡이가 끼면 포도열매의 수분이 증발하여, 포도껍질이 수축되므로 건포도와 같이 당분이 농축된다. 이때 포도껍질에 낀 곰팡이를 보트리티스 시네리아(Botrytis cinerera)라고 하고, 이 현상을 프랑스어로는 ‘Pourriture noble(뿌리튀르 노블)’, 영어로는 ‘Noble not(노블 롯)’, 일본에서 ‘귀부(貴腐)’라 불렀다. 그래서 우리도 ‘귀부 병’이라 부른다. 그 내용을 잘 모르면, 귀부란 말 자체가 영어가 아닐까 하며 혼동한다. 귀부라는 말을 풀이하면, ‘귀하게 썩었다’는 말이다.
날씨가 여름에는 덥고 건조하며 가을에 따뜻하고 습하면 포도에 귀부 병이 잘 걸린다. 또는 오전에 안개가 끼고, 오후에 태양이 비치면 그 습기 때문에 포도가 귀부 병이 걸린다. 이 병이 걸리면, 포도가 못쓰게 되지 않고 다른 형식으로 포도에게 좋은 영향을 준다. 포도 과즙의 수분이 없어지면서 포도들이 건포도처럼 된다. 이 포도들로부터 엄청나게 농축된 달콤한 포도즙을 얻게 된다. 이 포도즙으로 발효하여 와인을 만들면 그 자체로 꿀 같은 달콤함과 강한 향기를 지닌 와인이 된다. 이러한 와인들로 유명한 것이 프랑스 보르도 지방의 <쏘테른느(Sauternes)>, 독일의 <트로겐베렌아우스레제>와 헝가리의 <토카이>다.
헝가리하면 오랜 전통을 지닌 와인 생산국이었지만,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공산국가가 되면서 그 명성을 이어오지 못했다. 그러다가 1980년대 말부터 외국 자본을 들여와 지역별로 개성 있는 와인을 만들고 있다. 이러한 헝가리하면 세계적 명품 와인인 <토카이>가 제일 먼저 생각난다.
<토카이>는 귀부 병에 걸린 포도로 만든 달콤한 맛의 화이트 와인이다. 색은 엷은 황금빛을 낸다. <토카이>를 만드는 포도품종은 청포도로 푸르민트, 하르스레벨티, 리슬링 등이다. 기록에 의하면, 헝가리는 독일에서 귀부 병에 걸린 포도로 <트로겐베렌아우스레제>를 만들기 100년 전, 또 프랑스 보르도 지방의 <쏘테른느>이 제조되기 200년 전에 이미 <토카이>를 만들기 시작한 것으로 되어 있다.
토카이는 헝가리의 수도 부다페스트에서 서북 방향으로 산악지대인 카르파테스(Carpates)에 못 미쳐 티셔강과 보드그로그강이 합류하는 곳에 자리 잡고 있다. 이 지역에서 나온는 와인을 <토카이>라고 하는 것이다. <토카이>에도 몇 가지의 품질등급이 있다. 뒤로 갈수록 고급으로 친다.
<토카이 아스주(Aszu)>: 귀부 병에 걸린 포도를 수확하여 일주일 정도 소쿠리에 담아 보관했다가 당분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그 즙을 받아 발효시켜 만든 와인과 일반 와인을 혼합하여 만든다. 혼합된 와인은 140 리터짜리 나무통에 채워지는데 20 리터짜리 푸톤(Putton, 헝가리어로는 Puttonyos, 푸토뇨쉬 -포도 수확때 밭에서 수확한 포도를 담아 운반하는 일종의 등짐 바구니)으로 귀부 병에 걸린 포도로 만든 와인을 몇 번이나 섞느냐에 따라 7단계로 나누어진다. 예를 들어 1푸톤은 일반 포도로 만든 와인 120 리터에 귀부 병에 걸린 포도로 만든 와인을 20 리터를 혼합한 것을 말한다. 7푸톤은 귀부 병에 걸린 포도로 만든 와인만을 채운 것이다. 푸톤의 숫자는 병목 부근에 별도로 부착된 넥 라벨에 표시되어 있다. 그리고 혼합된 와인은 습기가 있는 지하 저장고에서 2차 발효를 일으키는데, 보통은 수개월, 어떤 경우에는 수년간이 걸린다. 숙성기간은 푸톤의 수에 2년을 더한다. 예를 들어 3푸톤이면 숙성기간이 5년 정도 숙성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위사진은 토카이 3푸톤........
독일의 귀부와인..트로켄베렌아우스레제(Trockenbeerenauslese-TBA)
1775년 독일 라인가우 지역에 여러 포도밭을 갖고 있었던 한 수도원에서 벌어진 일이다. 수도원에서 포도 재배와 와인 제조를 책임지고 있던 수사는 여느 해처럼 포도를 수확해도 좋다는 허락을 얻으려고 약 150km 떨어진 곳에 있는 교구의 대주교에게 잘 익은 포도 몇 송이를 전령을 통하여 보냈다. 그런데 보통 일주일 정도면 돌아오던 전령이 돌아오지 안했다. 게다가 그 해 가을 날씨가 너무 좋아 하루가 다르게 포도는 익어갔다. 3주가 지나서야 ‘포를 수확해도 좋다’는 허락을 얻고 전령이 돌아왔다. 그러나 이미 포도가 너무 익어 와인을 만들기에는 적당치 않게 된 상황이었다. 그렇다고 그냥 버리기도 아까워 남아 있던 포도를 수확해 와인을 만들었다. 그 이듬해 수도원의 와인 전문가들이 교구 각 지역의 와인들을 평가하기 위해 각각의 와인들을 맛보다가 갑자기 다른 와인 맛을 접하자 깜짝 놀란 표정으로, 와인 전문가들이 와인을 가지고 온 전령에게 “어떻게 만들었냐?”고 물었다. 갑작스런 질문을 받은 전령은 엉겁결에 “슈페르레제(Spätlese, late harvest)”라고 대답했다. 이것은 바로 “늦게 수확했습니다.”라는 뜻이다. 늦게 수확한 것이 오히려 포도의 당도를 높여 더 달콤한 와인이 나오게 되었던 것이다.
그러자 독일 와인 제조업자들은 슈페트레제에서 늦게 수확하니 좋은 와인이 된다는 힌트를 얻어 수확시기를 더 늦추어 아우스레제, 베렌아우스레제를 탄생시켰다. 게다가 더 좋은 와인을 만들려고 늦은 가을까지 포도를 수확하지 않았는데, 불행하게도 귀부 병에 걸려 포도송이가 썩어 들어갔다. 버리기 아까워 병든 포도송이로 만든 와인이 트로겐베렌아우스레제이다.
무라카미 류의 소설.."와인 한잔의 진실"
“와인을 마시며 익숙한 풍경도 어쩐지 달라 보일 때가 있다. 향기를 맡고 한 모금 들이킨 순간, 어딘가 다른 장소에 와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질 때가 있다. 그것은 관능적인 착각으로, 물론 그런 와인에는 뭔가의 힘이 있어야 한다…….” 이 책은 ‘오퍼스 원’ ‘샤토 마르고’ ‘라 타슈’ 등 여덟 종의 와인과 ‘관능’을 소재로 씌어진 소설이다. 관능 속에는 현대를 살아가는 젊은 여성들의 사랑과 눈물이 스며 있다.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여성들은 자기 자신과 인생에 위화감을 갖고 있다. 요컨대 보편적인 여성, 아직 무언가에 기대고 독립적으로 설 준비가 되어 있지 않는 여성들이다. 그녀들은 거짓말로 범벅이 된 사회 전체를 거부하고 한 잔의 와인 속에서 진실을 발견한다.
이 소설에서 트로겐베렌아우스레제'를 죽음의 맛'에 비유 했다고 한다
이책을 읽어 봐야겠다....월.. 책값에 들어가는 돈이 ...장난이 아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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